2025. 6. 27. 18:22ㆍ영화리뷰/1.극장에서
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06월 20일 (대한민국 재개봉)
2024년 9월 3일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 12024년 11월 27일 (미국)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출현 : 다니엘 크레이그, 드류 스타키, 제이슨 슈왈츠만, 레슬리 맨빌, 데이비드 로워리
국가 : 이탈리아
-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장기를 모두 보여준 영화입니다.
- 다니엘 크레이브의 외로운 눈동자에서 양조위가 보였습니다.
- 너바나의 "come as your are" 흐를 때 저도 영화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꿈꾸는 완전한 사랑에 대한 갈구를 담은 영화 같았습니다.
- 다니엘 크레이브 은퇴작인가 싶을정도로 놀랍고 파격적인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2.줄거리
1950년대 덥디 더운 멕시코시티에서 작가 리는 마약과 술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깁니다. 늘 취해 있거나 일회성 만남을 즐기던 그는 우연하게 햇살보다 강렬하게 청년 유진을 만나고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가 자신과 같은 퀴어 인지 알 수는 없지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된 리는 열심히 구애를 펼칩니다. “그저 다정하게만 대해줘. 일주일에 두 번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매달리는 리와 그에게 맘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유진의 관계는 두 사람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구구절절해지는 리의 애정공세는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될까요...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현존하는 가장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종잡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는 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죠. 장르와 소재는 다채롭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과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미만큼은 일관되게 그를 상징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대표작 "콜미 바이 유어네임"을 아직도 보지 않는 저에게 루카 감독은 "서스페리아"와 "챌린져스"의 감독으로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두 영화에서 받았는 강렬한 기억으로 이번에 본 "퀴어"는 그리 놀라진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예고편에서 풍겨지는 관능적인 ‘어른의 사랑’이 인상 깊었고 그부분은 제1장에서 모두 표현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에 영화의 무드는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점차 새로운 장르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까지 줬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각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자유롭게 팡팡 튀며 흘러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약에 취한 리의 정신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빠져들게 만들어준 건 "다니엘 크레이브" 연기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봅니다. 이런 몰입감을 만들어낸 데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던 007 제임스 본드는 온데간데없고, 외롭고 허세 넘치며 약에 중독된 중년 퀴어 ‘리’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하지 마”를 외치고 싶어지는 그의 애걸복걸은 안쓰럽고, 때로는 민망할 정도였죠. 그가 공허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문득 양조위의 쓸쓸한 눈동자가 떠올랐습니다.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외로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자꾸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리의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절박한 갈망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유진"은 존재만으로 이해가 되는 역할이었습니다. 너바나의 come as you are와 함께 등장한 유진은 "리"만 홀린 게 아니고 저마저 홀려서 영화에 폭 빠지게 만들어 줍니다.
밀당의 신처럼 움직이는 그는 마치 팜므파탈 같은 존재였습니다. 유진이 뿜어내는 매력이 강렬해질수록, 점점 더 그를 가지지 못해 미쳐가는 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공감됐습니다. 두 배우의 의상과 소품 역시 매우 감각적이었지만, 특히 유진이 입고 쓴 것들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해줬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밀림 속을 헤매며 자신들만의 의식 같은 ‘야헤’ 체험을 합니다. 그곳에서 리는 그토록 듣고 싶던 유진의 진심을 듣게 되지만, 그것이 과연 진심이었을까요? 유진은 정말로 마음을 열었을까요? 그 순간, 둘은 마치 하나의 마음을 나눈 것 같지만, 어딘가 완전히 닿지 못한 채 불완전한 상태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유진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고, 리는 불완전한 진심을 쥐고 살아갑니다. 리가 그렇게도 원했던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완전한 사랑’은, 결국 그의 불안정한 정신만큼이나 어딘가 결핍된, 뒤틀린 형태로만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혹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참 루카 감독다운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자꾸 곱씹게 되는, 정말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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