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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2.집에서

첨밀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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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1997년 3월 1일 (대한민국)
감독: 진가신
출연: 여명, 장만옥, 증지위, 크리스토퍼 도일, 아이린 수, 양공여, 장동조, 정우
국가: 홍콩

- 90년대 홍콩의 거리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 잔잔하게 흐르는 등려군의 노래가 코끝이 찡해집니다. 
- 청초한 장만옥과 풋풋한 여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유명한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 홍콩 로맨틱 영화의 대가 "진가신" 감독의 영화입니다.

 

2.줄거리

1986년 3월 1일 홍콩의 지하철에서 이제 막 상해에서 온 소군이 짐을 한가득 들고 내립니다. 소군은 고모님의 집에서 머무르며 식당에서 배달일을 시작합니다. 상해에 두고 온 여자친구에게 잘 지낸다고 편지를 쓰기도 하는 순박한 청년입니다. 고향에는 없는 맥도널드에서 일하고 있는 이요를 만나게 됩니다. 이요의 소개로 영어학원을 다니게 됩니다. 이요는 어리숙한 소군을 이용하려 하지만, 소군은 그래도 이요라는 친구가 생겨서 마냥 즐겁습니다. 등려군의 팬이었던 두 사람은 등려군의 음반을 팔기 위해 작은 마켓을 열지만 오히려 빛만 지게 됩니다.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따듯한 온기가 되어 줍니다. 친구와 연인사이의 그 어딘가를 오가는 두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마음이 커져만 갑니다. 그러나 이요는 홍콩에서 성공이 하고 싶었고, 소군도 고향에 두고온 여자친구가 있는 현실의 벽앞에 두사람은 나아갈 수 없습니다. 결국 이요는 소군을 떠나 마사지샵의 손님인 조직의 두목에게 갑니다. 소군 역시 고향에 있는 여자친구를 홍콩으로 데려 옵니다. 서로는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한걸음 나아갔지만 행복하진 않은 느낌을 받습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첨밀밀"은 어린 시절 너무나 재미있게 보고, 한동안 영화 포스터 파일을 애지중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의 엇갈리는 인연과 아름다운 노래와 더 아름다웠던 두배우의 연기에 푹 매료되었던 영화였습니다. 최근에 다시 보게 된 첨밀밀은 또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때는 보고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상황들이 보이고, 왠지 추억이 먼저 떠올라서 뜬금없이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성공을 하고 싶어 고향을 떠나온 젊은 두 남녀는 낯선 홍콩이란 공간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외로움도 함께 견뎌내야 했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었던 소군과 이요의 상황이 영화에서 너무나 공감되게 표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나눈 두 사람은 그들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가장 따듯한 순간을 선물해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운명의 장난처럼 닿을 듯 닿지 않게 꼬여가지만 결국 만나야 하는 사람은 만나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가장 유명했던 마지막 엔딩장면에서의 두 사람의 미소는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 여운을 남겨 줍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그들의 인연은 두 사람이 홍콩을 막 도착한 그 순간부터 이어져 있었다는 마침표도 찍어 줍니다.

 

풋풋하고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을 연기한 "여명"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하고 욕을 먹기에 충분했던 소군이었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가 없게 잘 표현해 낸 것 같습니다. 맑은 눈동자로 어리숙한 청년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큰 꿈을 품고 성공하고 싶었던 여인 이요를 연기한 장만옥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영악해 보이지만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현실에 이요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끌리지 않으려 했지만 소군에게 마음이 많이 기울어져서 흔들리는 이요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눈물샘이 터져 버렸던 부분은 이요의 남자 친구의 떠나가라는 말에서였습니다. 자신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라고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요는 결국 소군에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다시 보게 되니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 공감이 갔습니다. 이요에게는 남자 친구에게 마음이 빚이 남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상황인데도 자신에게 떠나라 말하며 보내주는 모습에서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90년대 홍콩의 거리를 생생하게 잘 담아냈습니다. 홍콩영화를 많이 보던 시절에 항상 보이던 그 분위기와 거리를 다시금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그 거리가 영화 속에서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장 유명했던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감독이 직접 출현도 하고 촬영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장면장면들이 인상적인 부분들이 곳곳에 함께 했습니다. 두 사람의 설레는 순간을 담아냈던 설거지 장면과 손이 차갑다고 손을 잡아주는 장면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손만으로도 그 감정이 다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친해지는 계기이자 운명의 마침표같은 등려군의 음악이 영화내내 흘러나와서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동명의 제목 "첨밀밀"이 나올때는 발랄한 청춘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고, 두사람의 엇갈림에는 "월량대표아적심"이 흐르며 더욱 안타깝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인 것 처럼 등려군의 음악은 영화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습니다.

 

추억이 가득 담긴 예전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는 신선함과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도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첨밀밀"을 보면서 왜 그렇게 이영화에 빠졌었는지 다시금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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