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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2.집에서

미라클 벨리에, 둥지를 떠나는 아름다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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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2015년 8월 27일 (대한민국)
감독: 에릭 라티고
출연: 루안 에머라, 카린 비아르, 프랑수아 다미앙, 에릭 엘모스니노, 록산느 듀란, 마르 소두페
국가: 프랑스

- 베로니크 풀랭의 <수화, 소리, 사랑해! >가 원작인 영화입니다.

- 농인 부모님을 둔 청인 자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 음악과 노래가 주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조금은 특별한 가족의 따스한 친밀감을 담은 영화입니다.
- 낯선 프랑스 배경이지만 비슷한 정서를 많이 느꼈습니다.

  

2.줄거리

폴라는 농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청인 자녀입니다. 부모님의 농장일과 치즈판매를 도우며 부모님의 귀와 입이 되어 줍니다. 폴라는 우연히 파리에서 온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반해서 무작정 그를 따라 합창부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우연한 계기였지만 지도교사는 폴라의 재능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파리에서 열리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준비하자고 합니다. 폴라는 가슴속에 담아둔 꿈을 조심히 펼쳐 보이려 하지만 어쩐지 부모님께는 오디션 준비를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폴라의 아버지는 시장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게 됩니다. 폴라는 저녁마다 선생님에게 오디션지도를 받는 중이라서 아버지의 선거 출마를 돕기에 시간이 모자란 상태입니다. 자주 자리를 비우는 딸에게 서운한 부모님께 폴라는 오디션을 준비한다고 털어놓게 됩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은 들을 수도 없는 합창을 위해 집을 떠나려는 딸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됩니다.

폴라도 부모님을 두고 떠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오디션을 포기하게 됩니다. 폴라의 선택은 어떤 방향을 흘러가게 될까요?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미라클 벨리에'는 폴라의 오디션 장면에서 부른 노래의 감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비상 Je vole"이라는 제목은 분명 이미 있었던 기성곡인데 마치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처럼 폴라의 상황을 너무나 잘 대변해 주는 곡으로 쓰이게 됩니다. 가사가 전달해주는 의미가 폴라랑 너무나 잘 어우러지고 그걸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 눈물이 계속 흐르게 되는 명장면입니다.

 

"미라클 벨리에"는 프랑스의 지방소도시의 농인 부모님을 둔 청인 자녀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부모님의 장애를 슬퍼하거나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한 부모님과 조금은 소심한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개성이 강한 부모님은 항상 당당하고 너무나 본능적인 분들입니다. 폴라는 때론 그런 부모님이 감당이 안되기도 하지만 항상 부모님을 위해 입과 귀가 되기를 자처하는 딸입니다. 영화는 초반에 부모님의 텐션 높은 당당함과 소녀의 사춘기 에피소드가 결합돼서 코미디 영화처럼 웃음 짓게 되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엔딩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울 것을 예상을 못하고 보다가 큰 감동과 눈물을 펑펑 흘리게 되는 반전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못 듣는 건 내 장애가 아니고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폴라의 아버지처럼 오히려 부모님은 폴라도 함께 장애가 있는 아이로 태어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폴라는 들을 수 있는 청인으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자신과 다른 세상에 놓인 딸이 걱정도 되면서 자신이 부모로서 잘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했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 들고 말하는 우리는 누군가에겐 당연하게 안 들리고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폴라의 부모님 역시 폴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폴라의 듀엣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잠깐 부모님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순간으로 변하는 부분은 어쩌면 매정하다고도 느꼈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해주는 중요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결국 자녀를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폴라의 아버지는 들을 순 없지만 폴라의 목에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딸의 노래를 느껴보려 하셨던 것 같습니다. 둥지를 떠나서 비상하려는 폴라는 응원하기로 마음을 먹으신 순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러한 완벽했던 서사와 함께 마주하게 되는 오디션 장면에서 폴라가 부르는 첫 소절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에서 눈물이 안 날 수가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성이 강한 가족과 어딘가 모르게 K-장녀가 떠오르는 폴라의 모습은 프랑스가 배경인 낯선 영황임에도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든 가정이 그렇듯 저마다의 소소한 문제와 그 문제를 안고 가면서 부딪히며, 기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낯선 나라의 가족이야기도 그래서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서 이제 혼자 나아가려는 폴라의 모습은 누구나 겪게 되는 당연한 순간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차게 달려 나가는 폴라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비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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