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6. 19:15ㆍ도서리뷰

1.기본정보
제목 : 채식주의자
저자 : 한강
출판 : 창비
출판일 : 2007.10.30
-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한강작가의 책입니다.
- 섬세한 문장으로 우리의 내면과 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고도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의 3가지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 읽고 나면 묵직한 여운과 깊은 생각이 오래 남는 책이었습니다.
2.감상평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을 때, 놀라움과 함께 묘한 뭉클함이 밀려왔습니다. 예전부터 우리의 언어와 정서는 번역을 거치며 본래의 맛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동안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던 게 늘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마침내 한강 작가가 그 벽을 넘어섰다는 소식,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 서점마다 한강 작가의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뉴스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름만 알고 있었지, 막상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 벽을 넘어선 작가의 문장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된 "채식주의자"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에서 시작하지만, 읽을수록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폭력, 그리고 존재의 불안을 드러내는 깊은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처음엔 평범한 가정의 작은 일탈처럼 보이지만, 곧 그 선택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뒤흔들고 인간의 내면을 서늘하게 무너뜨립니다. 한강작가의 문장은 잔잔하지만 묘하게 강렬함도 함께 있습니다. 조용한 문체 속에서도 감정이 폭발하는 긴장이 깔려 있어 단 한 줄도 쉽게 넘길 수 없습니다.
영혜가 갑자기 고기를 거부하는 장면은 모든 균열의 시작입니다. 이유는 끝내 명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사회가 규정한 ‘정상’에 맞서려는 듯한 그 선택은 곧 가족의 폭력과 억압을 불러옵니다. 남편의 체면, 부모의 통제,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혹함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소름이 돋습니다. 한강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말하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독자에게 그대로 남깁니다.
이야기는 1부 [채식주의자]를 거쳐 파격적인 욕망이 가득했던 [몽고반점]을 지나서 [나무불꽃]으로 갈수록 영혜는 단순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육체 자체를 거부하고 식물처럼 뿌리내리길 원하는 존재로 변해갑니다. 어떤 이는 그를 광기로, 또 어떤 이는 자유로 읽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너무 인간적이라 느꼈습니다. 세상의 규범 속에서 상처받은 존재가 택한 마지막 해방처럼 보였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뒤섞이는 순간부터 독자 역시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야말로 『채식주의자』의 힘입니다. 피와 꽃, 살과 빛의 이미지가 반복되며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흔듭니다.
책을 덮고 나면 불편함과 여운이 동시에 남습니다. 영혜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그 마음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내면 어딘가에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건드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채식주의자"는 가볍지 않지만, 한 번 읽으면 오랜 여운이 남습니다.
한강작가의 문장은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 속엔 상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후유증이 제법 있는 책이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이 들고 무거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할, 우리 시대의 가장 섬세한 한국 소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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