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벗어나는 것에 대하여...♦️B-11♦️

2025. 7. 6. 14:34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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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정보

제목 : 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특별판) 
저자 : 황선미
출판 : 사계절
출판일 : 2000년 05월 29일 / 2020년 04월 29일
 
- 동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작입니다.
- 애니메이션보다 더 사실적(?) 현실적(?)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 20주년 특별판으로 새로운 일러스트 삽화가 들어가 있습니다.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짧지만 여운이 있는 책입니다.
-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물이 줄줄 나와 당황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2.감상평

극장에서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 중, 거의 오열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습니다. 양옆에 앉은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감동이 쉽게 잊히지 않아, 이후 20주년 특별판으로 출간된 원작 동화를 구매해 두었죠. 다만 바로 읽기보다는 ‘소장’에 의미를 두었기에,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에서야 그 책을 꺼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을 펼쳐 든 순간,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라기보다는 동물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시니컬하고 서늘하게 담아낸 ‘우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묵직한 분위기를 지닌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극적인 생략과 재미를 떠올리며 읽기 시작하면 다소 낯설 만큼 차갑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잎싹이'는 영화 속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깊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그녀는 단지 마당의 아카시아 나뭇잎이 흩날리는 풍경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낳자마자 빼앗기는 자신의 알을 지키고 품고 싶다는 강한 모성애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갇힌 케이지 안에서 더 이상 그런 상실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자유를 향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죠. 이 강렬한 모성애는 이후 초록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그녀의 행동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또한 날지 못하는 천둥오리 ‘나그네’와의 인연 역시 마당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사정과 이기심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낯설지 않게 느껴져 놀라웠습니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편견, 그리고 각자가 처한 입장이 아주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잎싹이는 끊임없이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갔으며, 매 순간마다 목숨을 걸고 시련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말렸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남들처럼, 안주하며 살라고 말이죠. 언뜻 그녀를 위한 조언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의 시선 같기도 했습니다. 잎싹이는 그런 만류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꺾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그렇게 마당을 벗어나 알을 품고 부화시키며, 초록이를 어엿하게 성장시킨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을 실현하고, 또 다른 삶을 누군가에게 전하며 조용히 떠나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감동적인 모성애를 그린 동화가 아니었습니다. 주체적인 존재로서 잎싹이의 선택과 행동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안주하며 살아가는 삶은 결국 케이지 안에 갇힌 닭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는 것, 조금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지지한 잎싹이와 나그네, 그리고 그다음 세대인 초록이까지 이어지는 소중한 연대의 이야기였습니다.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새로운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동화 속에 담긴 작가의 진심 어린 메시지는 더욱 깊이 있고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며,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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