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9. 13:00ㆍ영화리뷰/1.극장에서

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11월 19일 (대한민국)
감독 : 이상일
원작 : 요시다 슈이치 "국보"
출현 :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타카하타 미츠키, 테라지마 시노부, 모리 나나, 쿠로카와 소야, 와타나베 켄,
국가 : 일본
관람일 : 2025년 11월 8일 (프리미어 상영)
- 정식 개봉전에 프리미어 상영으로 관람 하였습니다.
- 일본 개봉시 실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 한국계 일본 감독 이상일 감독 영화 입니다.
- 일본의 "가부키"를 소재로 하여, 한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영화였습니다.
- 중국영화 패왕별희가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 두 주인공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연기력이 돋보였습니다.
2.줄거리
기쿠오는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고아로 자랍니다. 그런 그를 명문 가부키 가문의 당주 하나이 한지로가 재능을 발견하고 데려가 양자로 삼으며 가부키의 길로 이끕니다. 기쿠오는 가문의 친아들 준스케와 함께 형제처럼 자라지만, 동시에 라이벌로 경쟁하는 관계가 됩니다.
그러던중, 한지로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대신 무대를 맡게 된 사람은 아들이 아닌 기쿠오였습니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두사람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합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실사 영화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천만 관객을 넘기기도 하지만, 실사 영화에는 유독 인색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일본에서 실사 영화로는 정말 이례적으로 1,0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단순한 흥행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그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던 차에 극장 개봉 전 프리미어 상영으로 영화를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사람이 한국계 일본 감독 이상일 감독이라는 점도 흥미를 더했습니다. 재일교포 3세인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 전통예술, 특히 ‘가부키’라는 세계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풀릴지 기대가 컸는데, 영화는 가부키라는 독특한 예술을 중심축으로 삼아 한 인물의 어린 시절, 성장, 성공, 그리고 그 이후까지를 따라가는 일대기 구조로 펼쳐집니다. 그 흐름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밀도 있게 다가왔습니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중국 영화 <패왕별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 무대 뒤에 감춰진 외로움과 광기, 그리고 그 속의 아름다움까지… 두 작품이 지닌 정서적 결이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국보>는 패왕별희와 같은 길을 걷기보다는, 일본이라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재능과 가문의 계승이라는 문제에 더욱 초점을 두며 전혀 다른 감정과 선택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주인공을 끊임없이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강하게 남았던 건 두 주인공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이었습니다. 젊은 배우들이 인물의 긴 세월을 연기하며 얼굴과 태도, 감정의 결까지 바꿔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직접 소화한 가부키 연기도 외형적인 완성도만큼 강렬했습니다. 가부키라는 예술은 과장과 절제가 공존하는 독특한 양식인데, 배우들이 그 세계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받아치는 장면에서는 늘 긴장감이 감돌았고, 무대 위·아래의 순간마다 인물들의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오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의 생애가 단순히 한 사람의 서사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버텨낸 한 시대의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재능과 가문이라는 굴레 속에서 서로에게 부딪히고 영향을 주며 관계가 더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문의 혈통이 결국 저주로 돌아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은 무엇을 얻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프리미어 상영으로 먼저 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을 만큼,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외롭고 고된 길을 걸어온 예술가의 일대기가 차분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일본에서 왜 실사 영화로는 드물게 천만 관객을 넘기며 ‘예외적 사례’가 되었는지, 직접 보고 나면 충분히 이해될 만큼 강렬한 힘을 가진 영화였습니다.
'영화리뷰 > 1.극장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의 편지, 푸르른 청춘을 예쁘게 담다. (0) | 2025.11.13 |
|---|---|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JANE DOE 레제를 기억하며... (1) | 2025.11.08 |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강렬한 블랙코미디, 웃음 끝에서 마주한 현실 (0) | 2025.11.02 |
| 어쩔수가없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왕관 (0) | 2025.10.29 |
| 얼굴, 세 치 혀와 편견이 만들어낸 비극 (1) | 202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