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강렬한 블랙코미디, 웃음 끝에서 마주한 현실

2025. 11. 2. 19:56영화리뷰/1.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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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10월 1일  (대한민국)
감독 : 4
출현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레지나 홀, 테야나 테일러, 체이스 인피니티
국가 : 미국
관람일 : 2025년 10월 11일 
 

- 반가운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과 신예 배우의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 풍자가 가득 담겨진 블랙코메디가 어느 다큐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미국사회를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느껴질것 같았습니다.
- 무능한 아버지의 딸찾기 여정이 테이큰이 떠오르지만 다가가는 방식이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 진지한듯 웃음이 터지고 웃기다가도 간담이 서늘한 영화였습니다.

 

2.줄거리

과거 반정부 이민자 보호 비밀 결사 "프렌치 75"에서 폭탄 전문가로 활동했던 밥 퍼거슨은 지금은 외부와 단절된 채, 딸 윌라의 안위만이 삶의 전부인 평범한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의 숙적 스티븐 J. 록조가 다시 밥과 윌라를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윌라는 다행히 옛 동료의 도움으로 먼저 피신하지만, 딸이 숨어있는 과거 은신처를 알기위해선 암호를 알아야 하지만, 철저한 암호 질문 앞에서 밥은 당황합니다. 그에게 과거의 암호는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저 낯선 수수께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딸을 찾아 나선 밥은 잊고 싶었던 과거의 흔적과 다시 마주하게 되고, 한편 록조 역시 자신만의 절박한 이유로 윌라를 찾아 헤맵니다.
서로 다른 목적과 상처를 안은 두 남자의 추격이 교차하는 가운데, 밥은 과거의 얽히고설킨 실타래 속에서 과연 딸을 무사히 되찾을 수 있을까요?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배우들의 놀라운 변신이었습니다. 늘 냉철하고 완벽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렇게 무능하고 어딘가 어리숙한 아버지로 등장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한때는 혁명을 꿈꾸는 혁명단원이었던 인물이 한순간에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건 낯설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그 무기력함과 혼란스러움을 디카프리오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연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실제 인물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숀 펜은 그야말로 완벽한 변신을 보여줬습니다. 첫 등장부터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외형, 말투, 태도까지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그의 존재감은 영화의 풍자와 블랙유머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테야나 테일러의 등장은 단숨에 영화의 공기를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녀는 매력적인 팜므파탈이자, 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베니치오 델 토로의 감초 연기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등장하는 순간마다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 그의 존재감은, 무거워 지는 영화의 활력이자 지금의 미국을 보여주는 역할이기도 하였습니다.

 

 

줄거리만 보면 ‘무능한 아버지의 딸 찾기’라는 단순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테이큰>처럼 정의로운 분노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기력하고 어딘가 어설픈 인물이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허둥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웃음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씁쓸한 자조 같았습니다. 진지한 장면 속에서도 불쑥 터지는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상황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웃다가도 금세 입꼬리가 내려가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묘한 감정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블랙코미디적 풍자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다큐보다 현실적이고, 코미디보다 진지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미국 사회의 단면—인종, 계급, 가족 제도의 균열—을 이해하고 본다면 훨씬 더 깊고 날카롭게 느껴질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 영화만큼 잘 어울리는 작품도 드뭅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건, 극 중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에는 자막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불친절하게 느껴졌지만, 곧 감독의 의도가 이해됐습니다. 그 언어의 벽이 바로 영화 속 인물들이 마주한 사회의 단절과 무력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던 겁니다. 관객에게도 일종의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함’을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였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웃기면서도 불편하고, 풍자적이지만 슬픕니다. 지금의 미국사회를 이렇게까지 적날하게 담아내고 그릴 수 있다는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순간순간 터지는 유머 속에서도 현실을 향한 냉소와 고발이 녹아 있었고, 인물 하나하나의 대사에 시대의 공기가 스며 있었습니다. 웃다가도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고, 장면이 끝난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이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비추는 기묘한 거울 같았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웃음 뒤에 씁쓸함이 남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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