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2. 18:22ㆍ영화리뷰/1.극장에서
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9월 3일 (대한민국)
감독 : 박준
출현 : 조유현, 김현목, 조대희, 배한솔, 임지형, 전두식, 하승우, 윤설, 차미경, 김진이
국가 : 대한민국
관람일 : 2025년 9월 6일 (GV)
- 나락으로 가지 않은 훈훈한 국내 퀴어 영화였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의 완성도 좋아서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방인이 느끼는 낯섦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 탈북자와 성소수자라는 카테고리의 조합이 신선했습니다.
- 친숙한 장소와 지명으로 더욱 현실성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2.줄거리
탈북자 철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갑니다. 같은 탈북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는 늘 외딴섬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새로운 모임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낯설지만 철준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영준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둘은 더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서로에게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설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열등감을 더 가중시키게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국내 퀴어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몇 편을 떠올려 보면 항상 그들은 우울하고 괴로워하며 결국 파국으로 끝나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때의 시기를 반영하기도 했겠지만 좀 더 낯선 존재들의 그들만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담으려 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본 "3670"은 주인공들의 죽어 나갈까 봐 걱정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성향을 가진 친구들의 모임과 커뮤니티는 그 나이 또래에게 꼭 필요한 사회 활동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만나고,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은 그들이 사회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처럼, 종로 3가 7번 출구에서 오늘 함께 나와 웃고 울어줄 친구들과 보내는 순간을 실제 장소와 분위기 그대로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 철준은 탈북자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낯선 곳에 온 이방인이고, 그중에서도 성소수자라는 또 다른 소속감의 부재로 인해 더 큰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털어놓고 싶은 속마음을 함께 온 친구들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 그에게 동갑 모임은 신세계와 같았을 것입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외로운 친구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을 테니까요. 영준과 친밀해지면서 철준은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고, 낯선 이방인에서 조금씩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철준이 느끼는 ‘이방인’이라는 감정과, 성소수자로서 느끼는 또 다른 이방인 감정을 절묘하게 담아냈습니다.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왔지만, 이곳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철준이. 그럼에도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선한 얼굴의 조유현 배우가 외모와 연기 모두로 철준을 잘 표현해 현실감을 더했습니다.
밝고 해맑은 영준은 철준에게 동정심과 애정을 가지면서도 끝내 회피하면서 어학연수를 가는 모습이 현실적이었습니다. 철준의 도전과 성장을 보며 자극을 받고, 때로는 질투하는 모습이 지금 젊은 세대의 솔직한 감정을 담은 듯했습니다.
영화는 철준이 낯선 곳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공감을 나누며 마무리됩니다.
늘 보아오던 파국의 결말을 걱정하며 봤지만, 산뜻한 결말 덕분에 영화의 매력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철준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의 인간관계와 저마다의 고충을 담고 있으며, ‘이방인’이라는 키워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예매를 하고 보니 GV일정이 겹쳐서 운 좋게 감독님과 배우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과 영화의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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