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세 치 혀와 편견이 만들어낸 비극

2025. 10. 13. 18:16영화리뷰/1.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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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9월 11일  (대한민국)
감독 : 연상호
출현 : 박정민, 권해요, 신현빈, 한지현, 임성재
국가 : 대한민국
관람일 : 2025년 9월 13일 
 

- 제작비 2억, 손익분기점 30만 명 / 현재 손익분기점은 넘어섰습니다. [현재 105만 명]
- 초 저예산 영화답게 촬영기간 또한 2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 박정민 배우의 1인 2역이 몰입도를 높여주고, 각각의 인물을 잘 표현했습니다.
- 불편한 주변인들의 무례함이 낯설지 않은 현실의 모습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 반전은 놀랍지 않았지만, 주제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잘 파악되었습니다.
- 연상호, 박정민의 만남이어서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봤는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줄거리

태어나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에게 경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 얼굴조차 몰랐던 어머니가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임동환’은, 아버지 ‘임영규’의 다큐를 촬영하던 PD ‘김수진’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4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얼굴"은 항상 신선한 작품을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동년배중에 가장 연기를 잘한다고 느끼는 박정민 배우까지 함께 한다는 소식에 극장으로 바로 달려가서 보았던 영화입니다. 제작비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객 수 105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인 30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성과는 작품이 전하는 현실적 메시지와 배우의 강렬한 연기가 관객에게 깊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촬영 기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놀라웠습니다. 짧은 제작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밀도 있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불필요한 장면을 과감히 덜어내고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구성 덕분에, 이야기는 압축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특히 박정민 배우의 1인 2역 연기는 이 작품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일한 얼굴을 지닌 두 인물이지만, 그의 표정, 어조, 눈빛의 미묘한 차이만으로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그 섬세한 연기를 통해 인물의 내면적 혼란과 감정의 균열이 현실감 있게 전달되며, 관객은 그 변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너무 닮은 아들이라는 극 중 설명 역시 배우의 1인 2역을 더욱 잘 표현한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출현한 배우들이 모두 저마다의 몫을 충실히 해내고, 시종일관 굽은 등과 어눌한 말투로 연기를 한 신현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PD역의 배우가 영화의 분위기랑은 사뭇 어울리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 속 주변 인물들의 무례함과 무감한 태도는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곧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마주치는 현실적인 모습이라는 점에서 낯설지 않습니다. 너무나 쉽게 남의 이야기를 하며, 욕심 앞에서는 가족이라는 것도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과 인물들이 과하게만은 느껴지지 않고,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이거나 혹은 나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라고 합니다. 감독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사회얼굴’을 비추고, 현실 속 인간관계의 민낯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서사 구조상 반전은 다소 예측 가능한 편입니다. 큰 충격을 주는 전개는 아니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한 주제의식 "겉모습 너머의 진짜 얼굴"에 대한 성찰 은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단순한 스릴러로서의 긴장감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시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그 긴장감과 극적인 부분이 덜 살아나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좀 더 극명하게 끌고 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뭐가 더 있겠지 있겠지 하면서 영화를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만남은 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인지, 일부에서는 완성도 면에서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아쉽게 남습니다. 인물의 심리 묘사나 서사의 깊이가 조금만 더 확장되었다면, 훨씬 강렬한 여운을 남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얼굴"은 저예산 영화가 지닐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선 수작입니다. 사회적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감정 과잉에 빠지지 않는 절제된 연출, 그리고 박정민 배우의 폭넓은 연기력이 어우러져 묵직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저예산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직구로 던진 감독의 열정은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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