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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1.극장에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치열했던 시대의 예술가의 삶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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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 정보

개봉일: 1993년 12월 24일  / 재개봉 2024년 03월 27 (대한민국)
감독: 천카이거
출현 : 장국영, 공리, 장풍의, 지앙웬리, 갈우, 오대유, 잉다, 댄 리
국가: 중국, 홍콩  
 
- 장국영 기일에 맞춰 재개봉 영화입니다.
   ( 2017년 3월 30일, 2020년 5월 1일 재개봉되었습니다.)
- 개봉 때 보다 길어진 상영시간 171분 확장판입니다.
- 중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영화입니다.
- 장국영의 연기와 외모가 만개되었을 때 영화입니다.
- 예술가의 치열했던 삶과 사랑과 시대가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2.줄거리

매춘부 엄마손에 육손이었던 손가락 하나를 단지하고 경극단에 버려지다시피 했던 두지는 외로운 아이였습니다. 그런 두지(장국영)를 시투(장풍의)는 형처럼 친구처럼 함께 했고, 둘은 자라면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두 소년은 어느덧 경극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습니다. 승승장구하며 경극배우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주샨(공리)이라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시투가 쥬샨에게 청혼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못마땅했던 두지는 점점 서로에게 상처만 주게 됩니다. 격변하는 중국의 현대사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때론 상처를 주며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위태로운 사이는 문화혁명에 이르러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배우 기일에 맞춰 재개봉한 "패왕별희 디오리지널"은 어린 시절에 비디오테이프로 봤던 추억 속 영화였습니다. 그때는 장국영의 놀라운 연기와 외모에 취해서 영화에 푹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금 극장에서 마주한 "패왕별희"는 어린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경극 배우 두지와 시투, 그리고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여인 쥬샨의 이야기를 통해 탁월하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시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 영화가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는 것입니다. 두경극 배우와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격동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어, 역사 교재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역사적 재현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역시 치열하고 힘겨웠던 근현대사를 겪어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 정권 시기를 통해 우리는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침략으로 인한 고난을 경험했습니다. 비슷한 역사적 시기를 겪은 우리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그 시절의 중국이 지금의 중국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어릴 적 두지에 대한 감정 이입으로 인해 쥬샨이 매우 미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쥬샨은 두지와 샬로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했고, 그녀의 야무진 처세로 인해 왠지 더 미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영화를 보니, 쥬샨은 오히려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고를 가진 따뜻한 인물로 보였습니다.

가장 밑바닥의 삶을 살던 그녀를 시투가 의도치 않게 구제해 주었고, 그녀는 그런 시투에게 항상 최선을 다했습니다.

쥬샨은 두지를 질투하면서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두지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래서 문화혁명 속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너무나 이해되고 공감이 가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예술가인 두지에게 예술이 전부였듯이, 쥬샨에게는 시투가 삶의 전부이자 이유였습니다. 두지와 샬로의 사랑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깊이는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쥬산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커진 것처럼, 두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예술가로서의 모습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는 두지의 어머니가 추운 겨울날 그를 경극단에 버리고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두지는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느낌을 차디찬 겨울의 날씨보다 더 크게 느꼈을 것입니다. 이는 두지의 예술가로서의 삶의 시작이자, 평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됩니다. 두지가 쥬샨에게 경계심을 가지는 것도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극단에 버려진 그 순간부터 두지의 인생은 경극이 전부였고, 샬로는 그런 두지의 삶의 파트너가 되리라 굳게 믿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서 쥬산은 시투를 뺏어가려는 그녀를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두지는 지독한 외골수 예술가로서,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어디서든 기꺼이 공연을 했고, 이는 그의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두지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 걸어왔던 예술가로서의 삶이 경극이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쇠퇴하는 그 역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여자 역할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 경극의 대사를 힘겹게 넘어서며 두지는 개인의 삶 대신 경극의 여배우로서의 삶으로 인생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패왕별희"의 별희가 실제로 된 것처럼 패왕이 전부였고, 패왕이 없는 삶과 경극이 없는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경극의 장면들은 마치 경극이란 공연이 가지고 있는 종합예술적 모습과 그 속에 담긴 내용들이 시대와 인물을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 역할을 배우들 또한 완벽하게 재현해 내서 보는 내내 놀랍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17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와 연기를 보여줍니다. 

예술과 사랑, 역사와 개인의 삶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시대의 비극과 그 비극 앞에 개인은 얼마나 나약하며 안쓰러운지 여실하게 보입니다. 

 

 

"패왕별희"는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이며, 지금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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