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좋은 선택과 아쉬운 풀이 방식

1.기본 정보

개봉일: 2023년 1월 18일 (대한민국)
감독: 이해영
출현 :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김동희
국가: 한국 

 

- "독전"의 이해영 감독의 신작입니다.

- 중국 소설 "풍성" (마이지아)이 원작인 영화입니다.

- 배경과 화면구성에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나는 영화입니다.

- 박소담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르적 매력이 돋보입니다.

 

2.줄거리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는 새로 부임한 총독의 암살시도가 발생하게 됩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작전은 멈추지 않을 것을 직감한 경호대장 카이토는 흑색단 색출과 조선총독부 내부에 있는 "유령'을 잡으려고 합니다.

도망칠 곳 없는 바닷가 벼랑 끝에 있는 호텔로 "유령"의 유력 용의자들을 불러 모으게 됩니다. 조선인 어머니를 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인 무라야마 쥰지, 총독부 내 암호 기록 담당인 박차경, 암호 해독을 담당하는 천계장, 통신과의 말단직원 백호, 정무총감의 전속비서 유리코까지 모두 모이게 됩니다. 카이토는 12시간의 시간 내로 자신이 유령이 아닌 것을 증명하거나 유령을 찾아내라고 합니다. 각자의 이유와 사연이 모인 이들은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만 같을 뿐 다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숨을 곳 없는 한정적 공간에서 "유령"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지, 과연 유령은 5명 중에 누구인지 점점 시간은 흐르고 있었습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였던 독전의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라서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중국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유령"은 소설 속 한정적 공간 속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일제강점기에 맞게 변형시킨 선택을 하였습니다. 절벽아래 그림 같은 호텔을 배경으로 주요 인물들이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묘사와 추리게임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화면구성과 묘사에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나는 영화 속 장면들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익숙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들인 화면 속에서 배우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치열하게 달려 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전작 "독전'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던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나는 이야기 구조였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령"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와 배우는 박소담 배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자 반전이 있는 인물을 연기한 박소담 배우는 무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역할을 만들어 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처음 느꼈던 느낌과 가장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는 인물을 이야기의 흐름에 잘 올라타서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작 주인공인 이하늬 배우와 설경구 배우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처연하고 무게감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에는 이하늬 배우의 에너지가 더 강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경구 배우 역시 역할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딜레마에 갇혀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비단 다른 배우들 역시 조금 더 섬세한 서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는 필요이상으로 일본어가 많이 나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영화를 보는 것인가 싶은 느낌은 리얼리티의 부분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상황상 필요한 부분이지만 너무 많이 나와서 피로감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쉬움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었던 "유령"이었지만, 이영화는 그동안 담아낸 적 없는 새로운 시각과 분위기로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주도적인 두 여성의 독립운동과 액션을 담는 방법은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흔하지 않은 설정을 은근하게 넣어두어서 인물의 주요한 서사를 표현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시선은 분명히 신선한 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기대감에 비해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