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재미있고 뭉클하고 기특한 성장기 ♦️B-15♦️

2025. 4. 23. 19:40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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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정보

제목 : 아몬드
저자 : 손원평
출판 : 창비 / 다즐링
출판일 : 2017.03.31 / 2023.07.14.
 
- 영어덜트 소설의 대표작입니다.
- 살아 숨 쉬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 1인칭 주인공 윤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 재미있게 술술술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2.감상평

서점 한편, 무심한 듯 뚱한 표정을 한 소년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던 책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독특한 표지네’ 하고 지나쳤지만, 나중에 지인에게 그 책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문득 그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표정의 의미를,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몬드』는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일명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소년 윤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쁨, 슬픔, 즐거움, 공포, 안타까움 같은 감정을 그는 느끼지도, 공감하지도 못합니다.
그렇기에 윤재는 늘 ‘보통’을 학습하며 자라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정상’을 흉내 내야 했죠. 다행히도 그의 곁에는 윤재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따뜻한 울타리 같은 존재,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윤재에게 16살 크리스마스,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옵니다. 윤재의 울타리는 작아지고, 갑작스레 혼자서 세상과 맞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죠. 누군가의 품 안에서 ‘배우며’ 살아가던 윤재는, 그렇게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울타리는 작아졌지만 (그래도 심박사의 존재는 윤재에겐 큰 행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소년이 세상을 배우고, 느끼려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의 세상에서 마음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감정을 못 느끼는 17세 윤재에게 두 명의 다른 존재가 다가옵니다. 한 명은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 찬 거친 표면을 가진 곤이와 윤재에게 그 나이의 맞는 설렘을 전해주는 햇살 같은 도라입니다. 마치 윤재에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으로 감정을 선물하는 두 명을 통해서 윤재는 조금은 더 자라게 됩니다. 소설 곤이의 안타까운 상황과 방황의 순간들이 계속 불안함을 느끼게 했는데 결국에는 윤재에게 다시 경험하지 못할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 줍니다. 윤재는 자신과는 어쩌면 닮은 듯 다른 지점에 있는 곤이가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타인,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강렬한 순간이 지나고, 윤재는 몸과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고 윤재를 주변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오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한번 시작하면 술술 읽히는 소설은 매끄러운 문체와 그 속에 통통 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인물들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대본을 보듯이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 같았습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고, 오롯이 나를 알아가는 것도 힘든 우리에게 또는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윤재, 곤이, 도라에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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