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1. 20:05ㆍ영화리뷰/1.극장에서

1.기본 정보
개봉일 : 2026년 1월 15일 (대한민국)
감독 : 김보솔
목소리 출현 : 전운종(리명준), 이찬용(보리), 이가영(복주)
국가 : 대한민국
관람일 : 2026년 1월 20일
-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을 하였습니다.
- 김보솔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이자 장편 데뷔작 입니다.
- 평양에서 근무했던 스웨덴 외교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 시리도록 추웠던 공간과 함께 주인공의 상황과 표정에서도 담겨 있었습니다.
- 애니메이션임에도 색채의 절제미 덕분에, 차가운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 열정적인 감정이 아닌 작은 온기마져도 차가운 그곳에서는 살아나갈 힘이 되는것 같았습니다.

2.줄거리
북한 평양에 파견된 스웨덴 대사관 1등 서기관 보리는 외교관 신분으로 보호받는 대신, 늘 감시 속에 살아가는 철저한 외부자다.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평양의 교통보안원 복주 곁. 서로에게 기대는 시간이 쌓일수록, 언젠가 헤어질 걸 알기에 둘은 더 조심스럽고 더 진심으로 오늘을 붙잡는다.
그런데 어느 날, 복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귀국 날짜는 다가오고, 보리는 하루 종일 평양의 바깥을 헤매며 그녀를 찾는다. 끝내 그는 아무 말 없이 늘 옆에 있었던 통역관 명준에게 손을 내밀고, 명준은 도와야 한다는 마음과, 스스로도 설명 못 할 감정 사이에서 흔들린다. 함께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누군가의 내일을 끝까지 묻고 싶어지는 관계. 보리는 사라진 복주를 찾는 그 하루를 통해, 자신이 끝내 지키고 싶은 마음의 정체와 마주하게 된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영화는 ‘차갑다’는 말을 감정으로 그대로 체감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몇 장면만 보아도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됩니다. 화면 전체에 깔린 공기부터 이미 온도가 다르고, 그 차가움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김보솔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데뷔작 특유의 힘이 분명히 느껴지지만, 그 힘을 과시로 쓰지 않고 절제된 연출로 밀도를 쌓아 올립니다. 특히 평양에서 근무했던 스웨덴 외교관의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배경을 알고 나면,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공기가 왜 이렇게 구체적으로 느껴지는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상상으로 재현한 공간이 아니라, 실제 누군가가 체감했던 긴장과 온도가 화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또한 이 차가움을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색채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절제한 덕분에 화면 전체가 일관된 온도를 유지하며, 화려함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관객이 조용히 화면 안으로 스며들게 만듭니다. 차가운 색감 속에서 인물들이 내쉬는 숨결, 멈춰 선 손끝, 잠깐 머무는 눈빛 같은 디테일이 또렷해지고,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정으로 읽히게 됩니다.



영화 내내 반복되는 시리도록 추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주인공들은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말도 많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에 붉어지는 볼과 코끝의 시려움이 화면 너머로 전해지고, 늘 긴장감이 감도는 만남 속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감각이 하루하루를 조용한 외로움으로 쌓아 올립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주고받는 온기도 뜨겁고 강렬한 방식이 아니라, 얼어붙은 시간을 조금씩 녹여주는 형태로 다가옵니다. 오히려 그 절제된 온도 때문에, 관계가 더 현실적으로 와닿고 오래 남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이 영화가 뜨겁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후반부에서도 주인공들의 사랑을 극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그 사이에서 리명준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더 깊게 남습니다. 처음에는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보였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 어떤 선택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이야기의 온도를 바꾸어 놓습니다. 큰 사건으로 급격히 뒤집는 변화가 아니라,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히 진행되는 변화이기에 더 현실적으로 와닿습니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온기’는 거창한 사랑이나 드라마틱한 다짐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배려 하나, 짧은 안부 한마디 같은 데서 비롯됩니다. 따뜻함이 흔한 세계가 아니라, 따뜻함이 귀한 공간이기에 그 작은 감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오래 남는 여운은, 그 온기가 너무 작고 조용해서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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