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1. 18:45ㆍ도서리뷰

1.기본정보
제목 : 커버링
저자 : 요시노 켄지
출판 : 믿음
출판일 : 2017.10.20.
- 다양성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결국 ‘주류다움’을 요구하는 사회
- 사회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자기검열과 감정 숨기기
- 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정체성과 개성을 줄여가는 커버링
- 현대 사회에 남아 있는 교묘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의 방식
- 진짜 포용이란 ‘존재 허용’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라는 메시지
2.감상평
처음에는 단순히 차별이나 인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고 저 또한 내 안의 커버링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나는 사회 속에서 얼마나 많은 연기를 하며 살고 있나”를 계속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켄지 요시노는 일본계 미국인이자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굉장히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냅니다. 그는 어디에서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이방인이었고, 스스로에게조차 끊임없이 커버링을 하며 살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이론이나 사회 비판처럼 느껴지기보다, 누군가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조절하며 버텨온 기록처럼 다가왔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커버링’은 쉽게 말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인정할게. 근데 너무 드러내지만 마.”
예전처럼 대놓고 차별하는 시대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이제는 훨씬 더 교묘한 방식으로 사람을 압박합니다. 회사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결국은 ‘주류처럼 보이는 사람’을 더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튀지 않는 사람, 적당히 무난한 사람,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기에 맞춰 자신을 수정합니다. 말투를 바꾸고, 감정을 숨기고, 취향을 감추고, 약한 모습을 지우게 됩니다.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커버링’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저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회는 겉으로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티 내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존재 자체보다 ‘얼마나 주류 사회에 불편함 없이 섞이느냐’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단순히 성소수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읽다 보면 결국 “이거 그냥 내 이야기인데?” 싶은 순간들이 계속 나옵니다.
회사에서 너무 예민해 보일까 봐 감정을 눌러버리는 사람, 육아나 개인적인 고민을 꺼내면 프로답지 못해 보일까 봐 숨기는 사람, 사투리나 취향을 일부러 감추고 무난한 척 살아가는 사람, 아프고 지쳐도 괜찮은 척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해 보면 우리도 매일 ‘사회가 좋아할 만한 버전의 나’를 연기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문제라고 느끼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버링’ 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저 역시 엄청난 커버링을 하며 살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가면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가면을 너무 오래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내 모습이 점점 흐려진다는 게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적당히 맞춰라”, “너무 튀지 마라”라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한 편이라서인지 이 책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짜 다양성이란 단순히 존재를 허락하는 게 아니라, 굳이 자신을 줄이거나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읽고 나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이 달라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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