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팽팽한 연기 승부!

2025. 4. 16. 08:54카테고리 없음

반응형

1.기본 정보

개봉일 : 2025년 03월 26  (대한민국)
감독 : 김형주
출현 :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조우진
국가 : 대한민국

-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때론 역사가 그 어느 때보나 극적이란 걸 느끼게 해 줍니다.
-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 맛집 영화입니다.
- 바둑은 몰라도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을 아는 사람들은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 개봉시기를 잘 만나고 제대로 홍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2.줄거리

세계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조훈현은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동시대 최고의 바둑기사로 군림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지닌 소년, 이창호를 만나게 되고, 그를 자신의 내제자로 받아들입니다. 조훈현은 시원시원하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바둑을, 이창호는 모든 경우의 수를 철저히 계산해 안전하게 승리를 거두는 치밀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서로 다른 바둑 철학을 가진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서 함께 바둑기사의 길을 걸어갑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이창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마침내 스승 조훈현과 바둑판 앞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른 사제 대결은, 결과마저도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냅니다.


 



3.감상평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처음 개봉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연기 보는 맛이 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후기를 종종 접하게 되면서 점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주연 배우의 논란으로 인해 2년 가까이 묵혀졌다가 뒤늦게 개봉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포스터와 홍보물에서는 그 배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엿보였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중심을 지키는 배우였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배우를 빼고는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탔을까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이렇게 잘 만든 작품을 반쪽짜리 홍보로 세상에 내보내야 했다니 말입니다.
이 영화는 바둑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두 인물,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릴 적, 뉴스와 신문에서 두 사람의 대결은 언제나 큰 화제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승부의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서사가 숨어 있었더군요.
 

 
바둑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 바둑대회 우승컵을 처음으로 안긴 조훈현 9단. 그는 어느 날 천재적인 승부 감각을 지닌 어린 소년, 이창호를 자신의 내제자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르치고, 키우고, 함께 성장한 끝에 이창호는 스승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성장해 결국 조훈현을 넘어서는 바둑기사로 거듭납니다. 그것도, 겨우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 설정만 놓고 본다면 마치 소년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극적인 이야기지만, 놀랍게도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이 놀라운 사건은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죠. 영화를 보면서 문득, 몇 년을 한솥밥을 먹었던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그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 특히 조훈현 9단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영화는 그 질문에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답을 건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을 배우가 연기할 때, 그 인물처럼 보이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 두 배우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위에서 조훈현과 이창호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유아인 배우는 뚱하게 나온 입술, 여드름 자국이 남아있는 피부, 구부정하게 앉은 자세 등 디테일한 표현들로 이창호 9단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창호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이병헌 배우 역시 조훈현 9단 특유의 눈빛과 버릇을 정교하게 잡아내며 호연을 펼쳤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승과 제자가 바둑판 위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듯, 두 배우 역시 선후배의 경계를 넘어 연기로 맞붙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팽팽한 균형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또한 적절하게 활용된 CG와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담백한 연출이 영화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자연스레 두 바둑기사의 실제 이야기를 찾아보게 됩니다. 혹시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비하인드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재능만큼이나 큰 가능성을 지녔던 한 배우의 근황이 떠오르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반응형